2024년 우리나라 경제가 소비·투자 부진 등으로 1.8%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였다.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1%대로 예측되면서 'L자형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경계 신호가 켜졌다.
LG경영연구원이 지난 12월 26일 발표한 '경영인을 위한 2024년 경제 전망'에서 내년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1.3%)보다 0.5%p 높은 수치다. 다만 한국은행의 내년 전망치(2.1%)와 비교하면 0.3%p 낮은 수준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수출 부진과 소비 회복세 약화 등으로 1.3%에 그쳤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소폭 높아지지만 지속적인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을 체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1%대 경제성장률을 이어갈 경우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전망이라고 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 2.9%에서 내년 2.4%로 낮아질 전망이다. 코로나 이전 대비 세계 물가상승률은 한 단계 높아지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한 단계 낮아진 '고물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가는 당분간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3.6%)보다 0.8%p 낮은 2.8%로 추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내년 하반기 들어서야 2%대에 진입하고, 2025년쯤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3.6%다. 지난해 대비 상승 속도가 느려졌을 뿐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과 기상이변 등 불확실성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더욱 느려질 전망이다.
수출은 IT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반도체 등 IT 분야의 글로벌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 증가율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은 느리지만 회복 궤도에 오르고 있다. 수출액은 올해 1분기 평균 504억달러, 2분기 평균 519억달러, 3분기 평균 524억달러, 4분기(12월 제외) 평균 554억달러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내년 중반 이후 수출 회복세는 세계경제 침체와 원화강세 등의 영향으로 한풀 꺾일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 1270원, 하반기 1,210원 수준으로 소폭 낮아질 전망이다. 반도체 등 수출이 회복되고, 원자재 등 수입단가가 점차 안정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소폭 회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인구 고령화로 인한 성장 잠재력 하락 ▲미·EU의 대 중국 디리스킹(위험 제거)으로 인한 해외직접투자 유입 감소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우려 등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유로화 가치는 내년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도 0%대 경제성장률이 이어지는 등 경기 부진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경제전망에서는 2024년 선진국들이 부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신흥국들의 약진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로존, 일본 모두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지면서 선진 소비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5%를 상회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신흥국의 상대적 선전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23년 당초 예상과 달리 2% 중반대에 이르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에는 누적된 통화긴축 효과가 본격화되며 소비가 소폭 증가에 그치고 투자가 감소하는 등 침체를 겪을 전망이나 과거 침체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0.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팬데믹 기간 크게 늘어나 2023년 가계 소비를 지지해 준 초과저축은 2023년 4분기중 대부분 소진되어 더이상 소비여력 확대에 기여하기 어렵다. 또한 1년 5개월(2022년 3월~2023년 7월)의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급격한 금리 인상(5.25%p)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이 직면하는 실질 이자부담은 2024년 중반 이후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더욱 커질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조정, 회사채 차환 발행 등으로 생길 신규 부채의 금리는 초저금리 기간 형성된 기존 채무 대비 여전히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지원으로 크게 늘어난 정부지출은 대선을 앞둔 미 의회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향후 줄어들 가능성이 커 정부지출의 성장 견인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부정적인 요인들과 더불어 1980년대 중반 이후 4차례의 침체에서 기준금리 인상 종료 후 침체 진입시점까지 10~18개월(평균 14개월) 걸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은 2024년 하반기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3년 10월 기준 여전히 구인건수가 실업자 수의 1.34배에 달해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실업률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는 점과 코로나 직전(2019년 4분기) 대비 1.3배(2023년 3분기)에 이르는 늘어난 가계의 순자산은 침체 기간 및 폭을 완화시켜줄 것이다.
중국은 추세적인 성장 저하 흐름이 이어지며 2024년 경제성장률이 4.2%로 낮아질 전망이다. 과도한 기업 부채에 대한관리 강화 및 부동산 가격 안정 추구라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부실 민영 부동산 개발기업들과 관련된 부동산 부채 불안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2년 기준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58%로, 미국 78%, 일본 119% 등 여타 주요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즉 중국 부채 리스크의 핵심은 기업 부채이며, 그 증가세를 주도해 온 부동산개발기업들의 과다 부채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 지속으로 내수 활성화가 미진한 가운데, 미국의 견제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및 세계경제 침체 진입은 중국의 수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023년 들어 중국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지속적으로 마이너스였고, 2023년 3분기에는 -0.7%p를 기록해, 코로나가 확산되던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렸다. 여기에 추세적으로 진행 중인 인구 변화, 투자의 성장 제고 효과 약화 등 구조적 요인들이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향후 중국 경제성장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부 재정지출일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급락 위험성이 높아질 때마다 2023년 3분기와 같이 소비 지원, 부동산 시장 안정책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것처럼, 중국의 재정 부담 가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더라도 중국 당국은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보다 신중해질 전망이다.
LG경영연구원은 "애초 올해 예상된 세계 경제 침체가 미뤄져 내년 중반부터 현실화할 것"이라며 "2024년은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 저성장'에 본격 진입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 자료: LG경영연구원, 경영인을 위한 2024 거시경제 전망, 202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