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다. 7년째 2위인 BMW가 올해 1~9월 판매량에서 2016년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지켜온 벤츠를 끌어내리고 선두로 올라섰다. 양사는 수입차 업체들이 연 1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양강 체제를 굳혔다. 2010년부터는 5시리즈를 앞세운 BMW가, 2016년부터는 E클래스가 인기를 얻은 벤츠가 수입차 1위를 지켜왔다. 2018년 ‘5시리즈 화재 사건’으로 한동안 움츠렸던 BMW가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8년 만에 수입차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위권 다툼도 치열해졌다. 3~4년 전만 해도 7~8위권 업체로 분류되던 볼보가 4위까지 오르며 3위 아우디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작년 10위였던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붐 덕에 판매량이 104% 증가하며 5위로 뛰어올랐다. 고급차 기준을 새로 쓰고 있는 수퍼카 업체 포르셰도 올해 판매량이 42% 증가하며 사상 첫 연 1만대 판매를 눈앞에 뒀다. 반면, 인기 차량을 내놓지 못한 폴크스바겐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고심하는 테슬라는 판매량이 30% 이상 줄어들며 각각 5위에서 9위, 4위에서 6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 국내 수입차 BMW와 벤츠 2강 경쟁 구도
BMW와 벤츠는 최근 5시리즈와 E클래스 완전변경 모델 개발을 마치고 실제 차량 디자인과 스펙 등을 글로벌 시장에 최초 공개했다. 양사 한국법인도 국내 공개 시점을 본사와 조율하며 출시 준비에 착수했다.
두 차종이 속한 프리미엄 E세그먼트(중형) 세단 시장은 제네시스를 포함해 연간 15만대 규모다. 600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E세그먼트 세단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평가된다. 올해 1~5월 판매량 기준으로는 5시리즈(9416대)가 E클래스(7318대)를 앞섰다.
세대 변경을 거칠 5시리즈와 E클래스의 공통점은 ‘친환경’과 ‘디지털화’로 요약된다. 전 세대보다 친환경 소재 사용을 늘리고 전동화 모델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 각 사가 개발한 최신 운용체계(OS)를 도입해 사용자 중심으로 최적화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BMW는 올해 1~9월 5만6535대를 판매해 수입차 시장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 벤츠(5만4353대)보다 2000여 대 많다. BMW가 벤츠를 제친 건 대표 모델인 5시리즈가 E클래스보다 잘 팔렸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BMW의 5시리즈는 1만6058대가 팔려 E클래스(1만5539대)를 제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E클래스(2만362대)가 5시리즈(1만4414대)보다 5000대 넘게 많이 팔렸다. 이달 5시리즈의 완전 변경 모델이 출시되며 구형 모델의 할인율이 높아져 판매가 증가한 덕도 있지만, 2019년 4만대에서 판매량이 반 토막 난 E클래스 부진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에선 럭셔리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벤츠의 이미지가 다소 퇴색한 데다, X1부터 X7까지 다양한 종류의 SUV를 파는 BMW가 최근 SUV 인기의 수혜를 더 입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벤츠는 주력 소비층인 20~49세에서 판매량이 줄고 있는 게 문제로 꼽힌다. 올해 1~9월 ‘20-49세대 벤츠 구매는 1만4333대로, BMW(2만7034대) 절반에 그친다. 고급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비싼 포르셰 등으로 넘어갔고, 젊은 감성은 BMW나 테슬라에 뺏긴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벤츠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실내 인테리어 등에 대해서도 “직관적인 테슬라 등과 비교해 다소 올드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평균 판매 가격이 1억5000만원가량인 포르셰는 카이엔·마칸 등 SUV와 세단인 파나메라를 앞세워 벤츠 구매층을 공략하고 있다. 포르셰는 올 1~9월 900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7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단순 차량 판매액만으로 1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또 다른 수퍼카 업체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도 올해 9월까지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8%, 22% 증가했다.
▣ 3강 아우디에 도전하는 볼보
볼보의 성장도 돋보인다. 볼보는 지난해 1만4431대를 팔아 6위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9월까지 1만2508대를 팔아 4위에 오르며 3위 아우디(1만4108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9월엔 아우디를 밀어내고 월간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대리점, 기간별로 할인이 들쭉날쭉한 타사와 달리 같은 할인 폭을 유지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다는 평가다. 최근 더욱 거세진 SUV 열풍을 타고 XC60, XC90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각 97%, 47% 늘었다. 하이브리드 열풍을 탄 렉서스(5위)와 도요타(10위)도 올해 판매량이 각각 104%, 24% 증가했다.
반면 벤츠, BMW와 3강을 형성했던 아우디는 올해 2만대 판매도 어려워졌다. 인기 차량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중형 세단 A6를 제외하면 40위권 내 판매 순위에 이름을 올린 차가 없다. SUV 판매가 저조한 데다 전기차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같은 그룹사인 폴크스바겐도 지난해보다 30.7% 판매가 감소하며 5위에서 올해 9위(6966대)로 떨어졌다. 폴크스바겐도 SUV 티구안(17위)을 제외하면 40위권 내 차량을 찾기 어렵다. 이들은 차량 판매를 위해 할인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중고차 가격에 악영향을 주고 브랜드 가치만 훼손한다는 기존 차주들의 불만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확대되는 수입차 시장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고급감, 안전성 등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브랜드 가치를 높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조선일보, 관련 기사, 2023. 10.30/ 전자신문, 관련 기사, 202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