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약세를 보여온 엔화의 추가 하락을 경고하던 시장이 최근 몇 주 사이 방향을 바꿨다. 7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과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하를 앞두고,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9월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7월 31일 BOJ가 금리를 인상하기 이전, 시장에서 연초 달러 대비 약 12%가량 하락한 엔화의 추가 약세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으나 최근 몇 주 사이 엔화 강세에 대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ATFX글로벌마켓, 캐나다 로열은행 등은 지난 6월,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 엔화가 달러당 160엔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엔화는 달러 대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올해 내내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관측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일본과의 금리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BOJ는 최근 두 편의 보고서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제안했으며 우에다 가즈오 총재 또한 의회 논평에서 동일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4일 잭슨홀에서 "통화 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됐다"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OCBC 은행은 연말 달러-엔 환율 전망을 141엔에서 138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토퍼 웡 외환 전략가는 "최근 이벤트들이 달러-엔 환율 예측을 하향 조정하는 데 확신을 주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연준과 BOJ의 금리 방향이 수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맥쿼리증권 또한 연말 달러-엔 환율을 142엔에서 135엔으로 수정했으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또한 엔화가 올해 말 달러 대비 140엔, 2025년 1분기에는 136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의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있어, 미국 경제 지표와 연준의 통화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확신을 준 이후 엔화는 한 달여 만의 최고 수준인 143.45엔까지 상승했다.
맥쿼리의 캐러스 베리 전략가는 "엔화 가치 예측 변화는 90%가 잭슨홀 연설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실질적으로 금리 인하를 예고했고, 노동 시장이 악화할 경우 더욱 공격적인 완화를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이제 선물 시장은 9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0.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30%에 달한다.
BOJ의 다음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금리 인상 자체에 대한 확신은 엔화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경제와 물가가 예측대로 유지된다면 금리 인상 계획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 같은 발언이 9월 27일 일본 집권당의 총재 선거 이후 추가 통화 긴축에 대한 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잉글랜더와 니콜라스 치아 전략가는 "시장이 4분기에 더 매파적일 수 있는 BOJ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9월 2일 오전 8시 30분 기준, 엔화는 달러당 146.45엔에 거래되고 있으며, 금요일 발표된 미 경제 지표로 인해 빅컷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면서 달러가 상승했다.
다만 일부 전략가들은 엔화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BofA의 슈스케 야마다 엔화 및 금리 전략 책임자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엔화가 강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그런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BofA는 엔화가 연말까지 달러 대비 150~155엔 사이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신이치로 카도타 일본 외환 및 금리 전략 책임자 또한 달러 대비 엔화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에 앞서 고용 데이터를 주목해야 한다며 "고용이 약세를 보이면 달러가 더 팔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미 달러 약세가 나타나거나 일본의 펀더멘털이 엔화 강세를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BOJ는 강한 금리 인상 의지는 내보이지 않은 상태다. 최근 일본경제의 성장률도 좋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의 펀더멘털이 당장 달러 강세 기조를 깨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흐름과 대외적인 변수만으로 엔화 강세를 유발하기는 어려운 양상이다.
참고자료; 조세일보, 2024.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