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달러당 161.65엔까지 치솟았던 엔화 환율이 30일 오전에는 달러당 153.95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약세 흐름을 보이던 엔화가 순식간에 강세로 방향을 튼 것이다.
외환시장의 흐름을 뒤바꿀만한 특별한 모멘텀이 없었던 상황에서 엔화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의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월 중순부터 바뀐 엔화 강세 흐름...달러당 153엔
엔화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강세 행보를 시작했다. 7월 30일 오전 11시50분 현재 달러당 153엔에서 등락하고 있는데, 이는 전월대비 4.6% 이상 절상된 것이다. 주요 통화 중 달러 대비 절상률이 가장 큰 것이며,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가 1.5% 가량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절상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가장 큰 배경으로는 엔화 숏커버링 수요를 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누적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중 일부가 청산되면서 엔화 절상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엔 캐리 트레이드는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지속됐다"며 "투기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엔 캐리 청산에는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시장 센티먼트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센티먼트 변화를 이끈 대표적인 것이 강달러 현상이 진정되기 시작한 점이다. 달러인덱스는 7월 초 발표된 미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자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인덱스가 하락 전환했다. 7월 한 때 106선을 넘어섰던 달러인덱스는 29일(현지시간) 104.556까지 떨어졌다. 7월에만 1.25% 하락한 것이다.
강달러 진정세와 함께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점 역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이끈 변화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고공행진을 펼쳐오던 기술주가 최근 일제히 차익매물 압력을 받으며 변동성이 극심해진 모습인데, 기술주가 조정을 받자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지난 7월 11일 이후 나스닥 지수의 하락폭은 6.8%에 달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집중됐던 테크 롱, 엔 숏 포지션이 청산되기 시작했다"며 "실제로 나스닥 지수와 엔·달러 환율 간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일본 투자자들과 헤지펀드들도 엔저를 이용한 미국 테크 투자에 적극적이었는데, 이같은 흐름이 최근 2주 사이에 급반전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감 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이끈 센티멘트 변화 요인으로 꼽힌다.
박 연구원은 "일본 외환당국의 환시개입 의지가 강화됐다"며 "BOJ의 당좌 예금 잔고 추정치를 보면 7월 11~12일 이틀간 2조7400억엔 가량 환시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12일에는 BOJ가 유로화 레이트체크(rate check, 시장 참가자들에게 환율 시세를 묻는 것)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규모 환시 개입에 대한 우려 또한 확대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7월 31일 BOJ 회의가 엔화 단기 흐름 결정할 듯
강세로 돌아선 엔화 흐름의 향방을 결정짓는 대표적인 요인이 오는 7월 31일 예정된 BOJ 금융정책결정회의라고 판단된다. /금융시장은 BOJ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예상 밖의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엔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6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33%의 기관이 7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나,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기관도 상당수다.
BOJ 채권시장 협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국채 매입 축소 규모와 관련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금리인상은 물론 국채 매입 규모 축소 계획안과 관련해서도 시장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은 BOJ가 이번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뜻밖의 결정이 나올 수 있고,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강한 매파 시그널을 시장에 던질 수 있다"며 "구체적인 매입 축소 계획과 관련해 시장 기대보다 큰 규모의 양적 완화 규모 축소가 발표된다면 엔화 강세 심리를 강화시킬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엔화 추가 강세 흐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
다만 엔화의 추가적인 강세 흐름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온다.
박 연구원은 "7월의 엔화 절상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된 영향이 있으나 달러당 152엔이라는 키 라인을 하향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세적인 엔화 절상의 시작보다는 일시적인 조정 장세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25일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장중 152엔까지 하락했으나 재차 상승 반전하는 등 키 라인인 152엔의 저항에 부딪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본격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152엔을 하향 돌파할 때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연구원 역시 "엔화 강세 흐름이 더 가파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단기적인 추가 엔고 흐름은 막바지 국면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엔화 강세가 시스템 위험(침체 우려)에 기인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위험을 줄이려는 것과 매크로 충격은 다르다"며 "미-일간 10년 국채금리 간 차이를 감안하면 연말 150엔대 초반대가 적정해보인다"고 덧붙였다
▶ 최근 IMF와 OECD 일본경제성장률 전망
발표 시점 | 발표 기관 | 2022 | 2023 | 2024 | 2025 |
2024.7 | IMF | 1.0 | 1.9 | 0.7 | 1.0 |
2024.5 | OECD | 1.0 | 1.0 | 0.5 | 1.1 |
▶ 티스티리를 맺으며!
엔화의 강세흐름은 7월 31일 개최되는 BOJ 회의결과에 따른 금리인상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만약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엔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8월 1일 BOJ가 금리를 인상하여 당분간 엔고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산으로 '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가 청산 수순을 밟으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돼 이본 증시 하락이 더 가팔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지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에서 저렴하게 돈을 빌려 미국의 채권이나 주식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불어나고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인한 손실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고 빚 갚기에 나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증시 폭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 침체는 달러화 약세, 엔화 강세로 나타나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더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하지 않았다면서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일본과 같은 대미국 무역흑자국의 통화 가치가 지나치게 약세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도 향후 엔·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 2.0 시대에는 달러 약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동안 엔저에 베팅해 많은 수익을 본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으로 판단된다. 환차익을 목적으로 엔고에 베팅하기에는 아직 불안하고, 엔화 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수단도 많다.
다만 7월 31일 일본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당분간 엔고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일본경제의 성장률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좋아질 기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 엔화 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자료: 오피니언뉴스, 2024.7.30./ 한국경제, 2024.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