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지난 10월 17일 밝혔다. AA-는 피치의 신용등급 중 넷째로 높은 것으로, 한국은 2012년 9월부터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함께 영국, 프랑스, 벨기에, 아일랜드, 체코,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이 AA-다.
피치는 이날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과 역동적인 수출,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 다른 AA등급 국가들에 견줘 거버넌스 지표가 부진한 점,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한국의 경기 전망은 밝지 않았다.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올해 1.0%, 내년 2.1%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전망치(1.2%·2.7%)에서 하향 조정한 9월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예상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1%이다. 피치의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발표한 국제적인 전망 기관의 전망치와 비교해서 볼때 가장 낮은 수치이다.
피치는 부채 비용 상승이 국내 소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고, 수출 회복세도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의 수출이 올 3분기 저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 성장세가 가라앉을 것으로 보여 한국의 수출 회복도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치는 “반도체 사이클 초기 상승 전환에 힘입은 수출과 투자 부문의 긍정적인 모멘텀이 202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피치는 "7월과 8월 상품 무역 데이터는 3분기 수출이 더욱 감소했음을 시사한다"라며 "글로벌 성장 약화, 특히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성장 약화는 한국의 수출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출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나 회복세는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6월 제시한 피치의 예상보다 다소 높게 나왔으나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치는 긴축적인 신용 여건으로 한국의 소비가 계속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가속화를 경계해 2024년 초까지는 정책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을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률이 9월엔 3.7%(지난해 같은 달 대비)로 다소 높았지만, 올해 말에는 1.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피치는 “GDP 대비 가계부채가 지난해 2분기 105.2%에서 올해 2분기 101.7%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라며 “최근 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기대감과 정부의 거시건전성(대출규제) 정책 완화 영향으로 최근 몇 달간 가계부채와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는 GDP 대비 가계부채를 다시 상승시키는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피치는 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했다. 피치는 “한국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 운용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특히 재정 건전화를 통해 국가채무 비율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낮추면 향후 등급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등급 하향 요인으로는 국가채무 비율의 상승, 가계부채 상환 문제에 따른 경제 부문 전반의 위험 확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 등을 꼽았다.
참고 자료; 조선비즈, 관련 기사 2023.10.17./ 연합인포맥스, 관련 기사, 2023.9.14./ 한국경제, 관련 기사, 2023. 10. 17/ 한겨례, 관련 기사, 2023.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