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지역정책 진단
영국 중앙정부는 1928년에 처음으로 지역정책을 추진하였다. 당시의 정책은 경제공황에 따른 실업률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정책의 성격이 강하였다. 즉 노동력 재훈련이나 숙련도 제고, 쇠퇴지역에서 성장지역으로의 노동자 이전지원프로그램 등이었다. 그 후 1945년에서 1979년 기간에 추진된 정책은 지역격차완화를 목적으로 중앙정부의 규제와 지원을 통해 산업 및 인구의 공간분포를 변형시키는 개입주의적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해당기간 중 개입주의적 지역정책은 노동당 정권이 주도적으로 추진하였고, 보수당 정권이 집권해도 축소시키기는 했지만 폐기하지는 않았다(변필성·이동우, 2008, pp.114-115).
1997년 노동당의 블레어정권 출범이후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보수당 집권기에 쇠퇴하였던 지역정책이 다시 강화되었지만, 새로운 지역정책인 지역발전 권한의 지방이양과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추진되었다. 특히 1998년에 제정된 Regional Development Agency Act(RDA법)를 토대로 1999년에 런던권을 제외한 잉글랜드내 8개 지역에 RDA와 지역의회가 창설되었고, 2000년에는 런던 대도시권에 Greater London Authority가 창설되었다. RDA는 지역 내 이해관계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에 기반을 둔 조직으로서 해당지역의 경제발전과 재생 촉진, 경쟁력 강화, 고용 및 투자 촉진, 지속가능한 발전, 창업 및 기업 투자, 연구개발 및 혁신 활동 등을 목표로 추구하면서 지역수준에서 지역경제전략(Regional Economic Strategies, 10년 단위)을 수립하여 추진하여 왔다. 1990년대 말 이후 영국, 특히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지역발전 권한이 RDA와 지방의회에 이양되었다. 중앙정부는 이들 기관에 예산을 지원해 오면서 중앙정부의 지역사무소인 Government Office(GO)를 통해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별 특수한 여건을 중앙정부의 부문정책에 반영하여 수립·집행하여 왔다.
그러나 2009년에 출범한 캐머린 보수당 연합정부는 2010년부터 광역개발청(RDA)을 폐지하고, 기초단위 민관합동 지역발전기구인 LEP(Local Enterprise Partnership)를 도입하고, 도시권 협상(City Deal), 지역성장 협상(Local Growth Deal), 분권 협상(Devolution Deal), 지자체 연합기구(Combined Authority) 설치 및 광역시장 선출 등을 통해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이양하고,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분권형 지역발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이원섭, 2017, 1-2면). 영국에서 중앙과 지방간 정치권력의 지형과 관련하여 보수당은 소지역주의를, 노동당은 대지역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분권형 지역발전정책은 지방주권주의를 근간으로 지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공공서비스개혁을 장려하며 지역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
▣ 우리나라에의 시사점
영국의 RDA 체제가 소기의 성과를 냈지만, 캐머린 정부가 폐지한 것은 지방 성장의 장애요인과 비효율적 체제라는 인식에서이다. 다시 말하면 RDA권역은 인위적이라서 지방 설정에 맞는 기능적 경제권역의 형성이 아니고, 상의하달식 관료제로서 지방의 이해관계를 결집하기 어려우며, RDA가 추구하는 공공부문의 확대만으로는 지역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방 기업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부문의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철호·성현철, 2016, 128-129면)
LEP 체제는 지방산업계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지방정부-산업체 협력조직이다. LEP는 이사회의 반 이상을 산업계 인사로 구성하고, 지방 기업인이 의장직을 수행하며, 대학과 평생교육기관, 사회적 기업 등과의 협력이 강조된다. LEP의 핵심기능은 지방경제 우선의 전략적 리더쉽을 발휘하여 지방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일이다.
광역경제권정책이 개별 도시권 중심의 기능적 효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으나 광역경제권은 규모와 범위의 경제측면에서 유리한 측면도 분명이 있다. 따라서 광역경제권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소규모 기능적 경제권의 장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광역경제권, 기존의 광역시도 및 기초자치단체 간의 적절한 기능배분과 지방행정구역의 조정이 필요하다.
영국의 지역발전 분권협상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지역발전 정책이 지방자치분권의 틀 위에서 시행되도록 유도하고,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이양함으로써 지역의 주도성과 책임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참고 자료: 졸고, 지역경제정책의 진단과 신전략, 삼일사, 2018.
'경제학전공 자료와 저서 > 지역경제정책의 진단과 신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 주체별 역할과 지역경제정책 제언! [이춘근교수 정책제언 티스토리 189회] (25) | 2024.03.17 |
---|---|
지역경제정책의 새로운 지평과 과제! [이춘근 지역정책 티스토리 134회] (24) | 2024.01.07 |
지역산업연관모형에 의한 광역경제권별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이춘근교수 산업연관모형 티스토리 113회] (24) | 2023.12.15 |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의 지역경제정책의 진단과 평가! [이춘근교수 경제정책 티스토리 65회] (4) | 2023.11.05 |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지역경제정책의 진단과 평가! [이춘근교수 지역경제정책 티스토리 64회] (0) | 202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