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래 거의 4년째 불명예스러운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밑돌았지만, 여전히 국제금융협회(IIF) 집계 대상인 세계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 회복세 지연,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 등에 따라 가계부채 비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2020년 이후 4년째 ‘세계 최대 가계부채국’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부채 비율도 123.0%로 34개국 가운데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향후 수출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 1분기(1∼3월)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3년 반 만에 국내총생산(GDP)보다 작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채 비율 역시 GDP의 1.2배를 넘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가계부채 비율도 다시 오를 수 있는 만큼 추가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리나라는 4년째 세계 최대 가계 부채국
4월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7∼9월·100.5%) 100%를 넘어선 뒤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90%대로 내려왔다.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6.6%포인트 낮고 1년 전(101.5%)과 비교하면 2.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조사 대상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에서는 홍콩(―3.8%포인트), 영국(―3.5%포인트), 미국(―2.8%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고금리 기조로 이자 부담이 늘고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더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을 제약할 수 있다”라며 “현재 100%를 넘는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1차 목표는 이뤘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비율 자체는 여전히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이후 벌써 4년째 세계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부채 비율은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90%대로 내려왔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 가계부채는 101.5%에서 2.6%포인트(p) 낮아졌다. △홍콩(-3.8%P) △영국(-3.5%P) △미국(-2.8%P)에 이어 네 번째로 내림 폭이 컸다.
IIF는 “세계 부채 규모가 올해 1분기 1조 3,000억 달러 늘어 사상 최대인 전체 315조 달러(GDP의 333%)를 기록했다”라며 “증가의 주요 원인은 중국·인도·멕시코 등 신흥시장 때문인데, 반대로 한국·태국·브라질의 경우 총부채 규모(미국 달러 환산)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 세계 4위로 높은 기업부채 비율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3.0%로 1년 전과 같았다. GDP의 1.2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주요국 중 네 번째로,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홍콩(261%) △중국(170.6%) △싱가포르(127.2%)뿐이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고 내수 회복세도 더디다는 점이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28%에서 올해 1분기 0.33%로 1년 만에 0.05%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0.25%에서 0.29%로 0.04%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기업대출의 부실 속도가 가계대출보다 더 빠른 상황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기업대출 부실이 더욱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 동안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급격한 성장은 천문학적인 가계부채가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이 작년 한국의 과도한 가계부채 규모에 대해 경고음을 울렸다. 토머스 헬블링 IMF 아태 부국장은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그룹 가운데서도 꽤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거시 건전성 정책 수립과 주택담보대출이 연장될 때 수입이나 다른 예기치 않은 비용 측면에서 불리한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등을 권고했다.
우리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우리 가계의 어깨를 짓눌러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약 0.43%로 1년 전보다 0.19%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 연체율까지 모두 상승한 결과다. 미국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수신 금리를 일제히 높이고 있어 앞으로 대출금리와 연체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과잉 유동성을 해소해야 하는데, 전통적 접근법으로 하자면 금리를 더 올리고, 대출 규제를 해야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이은 금리 인상은 한계상황에 내몰린 가계와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금융 당국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서민들의 빚 상환을 지원하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도 물어야 한다.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져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권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완충 자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 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금융 당국과 금융권이 말이 아닌 실천으로 가계부채의 리스크 제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참고 자료: 동아일보, 가계부채 기사, 2024.5.10/ 이투데이, 2024.5.9./ 서울경제, 20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