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일하는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 80대를 가리키는 표현)’이 늘어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80대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하면서 일터를 지키는 장년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
Oct는 그리스어로 8을 의미하는 단어다. ‘Octagon 팔각형’, ‘Octave 옥타브’ ‘Octopus 문어, 낙지류’ 등 Oct~를 어원으로 하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영어단어 Octogenarian은 Oct와 60 넘은 노인을 의미하는 Genarian이 결합된 합성어다. 그래서 옥토제너리언은 80대를 가리키는 표현인데, 은퇴를 모르는 80대 ‘불퇴족(不退族)’은 각국에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하는 80대가 늘어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80대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하면서 일터를 지키는 장년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 일하는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 증가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80년 11만여 명이었던 80세 이상 근로자가 지난해에는 69만여 명으로 42년 사이 6배 넘게 늘었다. 일본도 75세 이상 인구의 작년 취업률이 11%로 2017년과 비교해 5년 사이 2%포인트나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80대 고용률이 1982년에는 2.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8.7%로 40년 사이 8배 넘게 뛰었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80억 명이며, 그중 80대는 2% 수준인 약 1억6,000만 명이다. 하지만 30년 후인 2053년에는 80대가 세계 인구의 5.1%를 차지하며, 5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추산한다.
80대 근로자들은 ‘두뇌’를 쓰는 곳에서 주로 일한다. 오랜 경험과 지혜를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80대 근로자가 증가하는 건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게 배경이다. 우리나라 80대 근로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1982년의 80대 고용률은 2.2%였지만, 10년마다 약 3%포인트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18.7%를 기록했다. 80대 중에서 5명에 한 명꼴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자리 기관에는 80대 근로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기업은 80대 근로자가 업무에 더 열정적이라는 이유로 고령자를 적극 채용한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는 데 65세 이상은 4분의 3이 동의했지만, 18~29세는 61%만 동의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나이가 80세가 넘는 등기임원의 수는 2014년에는 31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20명으로 늘었다.
80대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노동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노동력 부족 현상을 다소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80대들이 일터에 많아지면서 고령의 일부 고위직과 젊은 직원 사이를 융화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생기고 있다. 예전 같으면 병석에 누워 하루를 보낼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후세대 직장 동료들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를 전수할 수 있는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각자의 주관에 따라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은 평균 수명(84.3세)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답게 80대 근로자 수도 많다. 기업들도 80대 근로자 채용에 적극적이다. 일본의 가전제품 판매 기업 노지마는 80세 나이 상한선을 없앴고, 80대 신입사원도 채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지퍼 제조회사인 YKK 그룹도 2021년에 65세 정년을 폐지했다.
▣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의 활약상
내년에 펼쳐질 미국 대선에서 주목받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80′이다. 민주·공화 양당의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80세가 넘는 나이에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1942년생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81살로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됐고, 1946년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선되면 임기 후반에 80대에 접어든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1월 3일까지 미국 연방 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도 83세다.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1942년생)는 81세가 된 올해 다시 한번 관객들 앞에 섰다. 학계에서는 영국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이목을 끄는데, 지난 7일에는 이화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업에서도 ‘옥토제너리언’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올해 93세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글로벌 방산업체 텔레다인 테크놀러지스의 '로버트 머레이비언'(82) 회장이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웹진슬레이트'(www.slate.com)가 2011년에 미국을 주름잡고 있는 '80세 이상 파워 80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 81세가 된 '워런 버핏'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부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를 누비며 '빌 게이츠'와 재산 50%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버핏과 동갑내기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위 자선사업가로 선정됐다. 영화계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도 올해 81세다. 그는 "100세가 넘도록 감독으로 활동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TV 토크쇼의 여왕 '바버라 월터스'는 토크쇼 ABC '더 뷰'를 진행하는 82세 현역 진행자다.
MIT 석좌교수를 지낸 '노암 촘스키'는 81세 때인 지난해 94번째 저작물인 '희망과 전망
(Hopes and Prospects)'을 펴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창업자 '피터 피터슨'은 80세에 기업을 상장해 하루아침에 18억 5,000만 달러를 벌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아직도 전 세계를 누비며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블루스의 제왕인 '비비킹'은 86세의 나이에도 1년에 100회 이상 공연하고 있다. 80세 넘어 두 차례나 그래미상을 받았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는 올해 87세다. 하지만 국제정치의 중재자로 참여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해 85세인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무려 16년 넘게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활동했다./세계 최고급 오디오 기업인 '하먼 인터내셔널' 창업자로 유명한 '시드니 하먼'은 92세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사들여 주간지 발행인으로 변신했다.
올해 92세인 미국 포크 음악계 대부이자 반전가수인 '피터 시거'는 89세에 그래미상을 받았다. '20세기 음악의 혁신자'로 통하는 작곡가 '엘리엇 카터'는 올해 102세를 맞았다. 지난 20년간 70여 곡을 썼지만 90세 이후 무려 40곡 이상 곡을 썼다.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 수장이었던 앤서니 파우치(83) 전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은퇴를 모르는 사나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끌더니 올해부터는 조지타운대에서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 88세인 일본 와카미야 마사코는 ‘세계 최고령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불린다. 그는 은행원으로 일하다 60세에 은퇴했는데, 그때까지 사실상 컴퓨터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은퇴 이후에 컴퓨터를 사서 IT 공부를 시작했다. 80세에 들어서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노인용 게임인 ‘히나단(Hinadan)’을 제작했다. 80대가 게임을 프로그래밍했다는 사실이 화제를 부르자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와카미야를 만나기도 했다.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와카미야는 “80이라는 나이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97세로 운명한 전설적인 보디빌더 잭 라레인은 95세에 11번째 책 '영원히 젊게 살기'를 펴냈다. 이들 노익장은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탈바꿈시켰다. 뒤로 물러나 세월을 관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아름다운 도전'을 만들어 갔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익장 건강 박사로 알려진 1934년생 이시형 교수, 연기 경력만 최소 50년 이상인 원로 배우들 '대학로 방탄노년단'의 최고령 1934년생 배우 이순재는 88세 현역이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광고로 유명세를 떨친 1936년생 신구(87세)도 여전히 '라스트 세션'에서 열연 중이다. 지금도 심청가를 완창하는 1939년생 명창 조상현(86세), ‘오징어 게임’으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연극계 원로배우 오영수도 내년이면 80세(1944년생)를 맞이한다. 유명 배우 겸 성우 박정자도 1942년생(81세)이다.
하버드대학의 저명한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 연구 분야 세계적 권위자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저서 《노화의 종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화는 질병일 수 있으며, 치료할 수 있다.” 신의 영역 '영생'을 넘보는 도발이다.
싱클레어 교수의 말 대로 장수(長壽)가 계속 진화를 거듭한다면, 머잖은 장래에 키신저나 김형석 교수 같은 100세 센티네리언(Centenarian)들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참고; 센티네리언(Centenarian)과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
100세가 넘는 노인을 센티네리언(Centenarian)이라고 부르고, 110세가 넘으면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이라고 한다.
센터네리언(Centenarian)은 100을 전문으로 수식하는 라틴어 형용사인 centenarius는 본래 사람이 아니라 측정할 때나 물건을 수식할 때 쓰인 단어였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100년 동안 지속된다는 의미가 더해졌고, 18세기 중반에는 annus(year)와 합쳐지면서 <100세 이상 산 사람>이라는 의미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은 110년 이상 생존한 사람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 300명 ~ 450명 정도의 슈퍼센티네리언이 생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생존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기록으로 증명 가능한 슈퍼센티네리언은 100명도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는 일본의 미나가와 요네 등이 있다.
참고 자료: 괴산타임즈, 관련 기사, 2023.7.24./ 조선일보, 관련 기사(정년없는 시대, 일하는 80대 옥토제너리언), 2023. 7.21